검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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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ELLO 작성일26-06-14 03:43 조회3회 댓글0건본문
눈을뜨기도전에속절없이쏟아지는우성이귓전을때렸다.소리는결코작지않았지만짜증스레느껴지진않았다.외출할필요가없는날의장대비는마냥감성적으로다가오기마련이다. 검은고양이 흐린눈가를부비며거실로나오자전등도켜지않아컴컴한가운데그의실루엣이뚜렷이보였다.그나마흰빛이뿌옇게스며드는창가테이블에자릴잡고앉아있었다.한손에책을쥔채읽지는않고있다. 여느휴일과다름없이허리가뻐근할정도로누워있었다고생각했는데,고요한풍경을보아하니그렇지만도않은것같다.그는늘정해진시각에시키지도않은아침식사를준비하기때문이다.아직오전6시도되지않았다.들고있는책의표지를슬쩍눈으로훑었다.'검은고양이'. 최근그는독서에취미를붙였다.활자중독에걸린사람처럼늘상글자가적힌것을주변에두었는데,책이없다면심지어빈통조림표지에적힌길어야다섯줄의문구를빤히들여다보고있기도했다. "다읽었어?" 아침인사겸버릇처럼물었다.갑자기말을걸어도놀라지않았다.아마내가침대에서몸을일으키는순간부터눈치채고있었을테다. 그가천천히고개를돌리더니,나와책을한번씩번갈아보곤'검은고양이'를테이블위에올려두었다. "그래." "어땠어?" 검은고양이 잭은잠시동안입을다물었다.…잠시가아니라꽤오래였다.나는서있는것에지루함을느껴그의맞은편에앉았다. 시선의높이가균등해지자잭이기다렸단듯입을열었다. "네가그럴때마다기묘한의문을느껴." "의문?" "왜네가나에게질문해야할필요가있는건지." 모호한문장을단번에이해하지못해눈만꿈뻑였다.잭은또다시오랫동안내눈을직시했다. "우리는서로알고싶지않은것까지공유하던때가있었는데." 이번에는말뜻을이해해도그의도를짐작할수가없었다. 검은고양이 "그때로…돌아가고싶어?" "아니." "내가널알고싶어하는게부담스러워?" "아니야." "책이마음에들지않았어?" "…아니." 내가웃었다.그는스스로도무슨말을하고싶은지갈피를잡지못하고있었다.이럴때는꼭사춘기를겪고있는십대소년같았다. "그렇다면말해봐,친구.책이야기정돈소일거리도안되잖아." 검은고양이 표지에인쇄된애꾸눈고양이를내려다보았다. "장난감처럼유흥을위해주워진고양이지." "가엾게도.눈까지도려내지잖아." "산채로시체와함께가둬지고." "배가많이고팠을거야.죽지않았던게천만다행이지." "다행인가?" "…응?" "은폐된범죄의산증거가됐는데도?" 검은고양이 "그점이더다행인거아냐?" 잭이자신의왼쪽눈을손끝으로쓸어내렸다. "다행인가?" 같은말을반복했다.번개가내리치는것처럼단번에,그가무슨생각을하고있는지깨달았다. "잭." 때마침천둥이천지를울리기시작했다.목소리가닿지않을것같아입을다물었다.뇌성이끝나길기다리는동안네개의유리로이루어진창문이여러번번쩍였다.음영이그의얼굴을짙게드리웠다가환하게밝히길되풀이했다. 시커먼어둠일때도눈빛만은형형했다.아마내눈동자는저렇게까지빛나지못할것이다. 침묵이길었다. 검은고양이 천둥이잠시멎었다. "넌검은고양이가아니야.난널찾아낸걸다행이라고생각해." "클리브.결론을내기에는아직일러." "너에겐너만의인생이있다고." "그만." 나는바로입을다물었다. "나도알아." 다시천둥이치기시작했다.그러나잭은개의치않고말을이었다.지척에있는데도아주먼곳에서들리는것처럼희미한음성이무겁게늘어졌다. 검은고양이 "하지만………나만의몫이아니야." 도중에몇단어가낮게가라앉아나에게로닿지못했다.그러나마지막문장만으로도무엇을전하려는지이해가되었다.어떤말들은그렇다.결락된채로도이미단락에온점이찍힌소설같이명료했다. "넌후회하게될거야." "그랬으면좋겠다는것처럼들리네." 잠깐의간격을두고잭이천천히입꼬리를올렸다.오랜고심끝에바야흐로해답을찾아낸학자처럼.때마침창문에빛이가득찼다. "그럴지도모르지." 내가어이없는표정을지었다.그에게보였는지는모르겠다. "왜갑자기기분이좋아졌어?" 검은고양이 "비가와서." "웃기시네." "식사나들지." "갑자기?" "아침은언제나갑자기찾아오는법이야." 언젠가잠에취했던때에아무렇게나뱉었던말을쌩뚱맞게인용했다.쓸데없이기억력이좋다. 잭이일어서부엌으로향하는뒷모습을확인하고,'검은고양이'를집었다.습기때문인지종이가눅눅했다. 더눅진해지는한이있더라도책장가장구석진자리에쑤셔박아두는게좋겠다.그김에범죄소설같은것도싹정리해버려야지. 검은고양이 가장밑칸에책을꽂으려다,어쩐지엄지에걸리는표지가거칠한느낌을받았다.도로꺼내자세히들여다보니검은고양이의애꾸눈에가느다란흠집이여럿새겨져있었다. 손톱자국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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